지난 16일 열린 ‘신의료기술 시장진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30일 행정예고한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두고 환자·소비자단체, 의료계, 산업계가 각기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개정안은 식약처 허가와 국제적 수준의 임상평가를 거친 새로운 의료기술이 기존 급여·비급여 항목이 아닐 경우, 최대 3년간 신의료기술평가를 유예하고 즉시 비급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혁신 기술의 조기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취지이지만, 환자·소비자단체는 환자 안전과 의료비 부담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산업계 패널로 참석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신의료기술평가분과 김종배 분과장은 “의료기기 업계는 환자의 치료와 안전한 기술 개발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식약처 허가, 신의료기술평가, 심평원·건정심 검토까지 여러 단계의 절차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촘촘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이미 식약처 허가 과정에서 검증되는 만큼, 신의료기술평가는 급여권 진입 전후 임상적 유용성과 재정 영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제도가 과도하게 많은 기술을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으로 삼아 행정력과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며, “진정한 혁신기술에만 평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비급여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면서도 환자의 선택권 확보를 위해 비급여 포털의 정보 품질과 접근성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공익적 가치가 큰 기술에 대해서는 임상 근거 확보를 위한 연구비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공공재원 투입을 환영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신의료기술평가분과 김종배 분과장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는 ‘즉시 시장진입’ 제도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은 환자를 사실상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며, 과거 황우석 사태·인보사 사건을 사례로 언급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한국YWCA연합회 역시 “비급여 시장 확대는 환자에게 과도한 비용을 전가한다”며 제도 철폐를 요구했다. 의료계 또한 “의료기기는 의료행위와 함께 결합해 효과를 내므로 이중 검증이 불가피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다.
복지부는 “제도의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비급여로 조기 진입한 기술에 대한 관리와 환자 정보 제공이 미흡할 수 있다는 우려에는 공감한다”며 “우수한 기술은 환자 부담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가 연구비 지원을 통해 근거를 축적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의료기기는 인허가 과정에서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하고, 사용 후에도 재평가·회수 등 절차로 관리되고 있다”며 “임상 문헌과 경험 데이터까지 종합 검토하는 임상평가 제도를 도입해 안전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의는 환자 안전, 의료비 부담, 산업 발전을 둘러싼 각계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특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환자 안전을 전제로 한 제도 운영을 지지하면서도, 신의료기술평가 효율화와 정보 투명성, 공공 지원 확대 등 산업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하며 업계와 사회의 신뢰 구축에 나서고 있다.
▲‘신의료기술 시장진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