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연합뉴스.
원격의료 제도화를 위해서는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법학계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명시적으로 허용하되, 재진 환자나 경증 질환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원격 처방약 배송 문제까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입법 과제가 담겼다.
최근 성덕근 한국법학원 연구위원은 2025년도 법무부 연구보고서에 ‘원격의료 법적 쟁점과 제도화에 대한 검토 - 현행 의료법 체계와 입법적 과제를 중심으로’를 공개하고 원격의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약사법 전면 개정을 주장했다.
보고서는 현행 의료법이 의사-의료인 간 원격자문만 허용하고 있어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 한계…"대면진료 원칙 재해석 필요"
보고서는 원격의료 도입의 가장 큰 법적 쟁점으로 ‘대면진료 원칙’을 꼽았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를 직접 대면해 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처방전 발급 요건인 ‘직접 진찰’의 해석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대면 진찰’로 한정하는 엄격한 입장을 보인 반면, 대법원은 ‘의사 스스로 진찰했다면’ 전화 등 비대면 방식도 가능하다는 유연한 해석을 제시해 해석상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고려할 때 ‘직접 진찰’을 반드시 ‘대면 진찰’로만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대법원의 유연한 해석이 더 타당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동시에 법 조항 개정을 통해 혼선을 해소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단계적 허용 방안…"의료법 제34조 개정 핵심"
보고서는 원격의료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제34조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명시적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제도 도입 초기에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경증환자나 만성질환자 등 상태 변화 가능성이 낮은 질환에 한정 ▲초진이 아닌 재진 환자 중심 ▲대형병원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시행 등을 제안했다.
해당 제언들은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재진 환자 중심 운영 (초진 환자 불가 원칙) ▲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실시 ▲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 원칙과도 상당한 유사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의사의 진료 장소는 도입 초기에는 의료기관 내로 제한하되, 환자는 직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안전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편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과오·의약품 배송…"법적 보완책 마련 절실"
보고서는 원격의료가 본격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로 ▲의료과오 책임 소재 ▲설명의무 강화 ▲원격의약품 배송을 꼽았다.
현행 의료법 제34조는 원격지 의사와 현지 의사의 책임 분담을 규정하고 있으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 시에는 책임 소재가 복잡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비대면 진료의 특성을 고려해 의사 주의의무와 설명의무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격의료 장단점 및 기기 오류 가능성, 오진 위험성 등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원격의료 특유의 설명의무’를 법적으로 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격진료가 허용돼도 현행 약사법 제50조 제1항에 따라 약국 외 장소에서의 의약품 판매가 금지돼 있어 환자는 결국 약국을 방문해야 하는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약사법 개정을 통해 의약품의 통신판매(택배 배송 등)를 허용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며, 의료법상 처방전 수령 주체에 ‘환자가 지정한 약국의 약사’를 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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