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도 균
디와이프라임 대표
AX의 개념과 필요성
AX(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는 기업이 기존 업무 방식을 인공지능 기술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단순한 AI 도구 도입이 아닌 조직의 문화,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AI 기반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의료기기산업에서 AX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글로벌 AI 의료기기 시장은 2024년 191억달러에서 2037년 1,435억달러로 연평균 26.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AI 기술 없이는 미래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AX를 통해 기업은 진단 정확도 향상, 개발 비용 절감, 시장 진입 시간 단축 등의 직접적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환자 치료 결과 개선이라는 의료기기 본연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국내 AX 도입 현황과 성과
국내 기업들의 AX 도입 수준은 산업별로 차이가 크다. 정보통신업이 46.0%로 가장 높고, 제조업은 35.7%, 공공·행정은 24.8%, 의료·헬스케어는 20.6%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AI 도입 기업이 미도입 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7.8%, 매출이 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의 관심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전체의 66%가 AI 도입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예산 규모는 1천만원 이하가 대부분이지만 점차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추세다. 국내 AI 시장 역시 2023년부터 연평균 14.9% 성장해 2027년에는 4조 3,636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성장세는 정부의 지원 정책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의지가 결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의료기기 기업의 AX 전략
의료기기 기업이 AX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산업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규제 대응 체계 구축이다. 의료기기는 환자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식약처의 엄격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AI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확보, ISO 13485와 IEC 62304(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인증) 등 국제 표준 준수도 필수 조건이다.
데이터 관리와 보안 역시 핵심이다. 환자 개인정보보호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의료 데이터 익명화와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AI 전문 인력 확보와 기존 직원의 역량 강화를 병행해야 조직 전체가 AX를 수용할 수 있다.
연구개발 분야는 AX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AI 영상 분석은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임상시험 설계 최적화는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한다. 문헌 분석 자동화는 연구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
제조와 품질관리에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시간 품질 모니터링으로 불량률을 줄이고, 예측 정비를 통해 생산 중단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는 직접적인 원가 절감 효과로 이어져 생산 효율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영업과 마케팅에서는 고객별 맞춤형 제안서 자동 생성과 잠재고객 우선순위 자동 분류를 통해 계약 성사율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의료기기 영업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AI 지원을 통한 효율성 증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허가 분야에서는 AI 자동화가 서류 작성 시간을 줄이고 규제 변경 모니터링을 통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글로벌 진출을 고려할 때 국가별 규제 요구사항 자동 분석과 승인 확률 예측은 전략적 의사결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AX 도입 사례와 성과
국내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 등 의료 AI 기업들이 AX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루닛은 AI 기반 흉부 X-ray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로 식약처 허가를 획득하고 미국 FDA 승인까지 받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뷰노는 국내 최초로 AI 기반 진단보조 의료기기를 허가받아 70개 이상 병원에 솔루션을 공급했다. 제이엘케이는 뇌경색 유형 분류 AI 솔루션이 건강보험 수가를 인정받아 상용화에 성공했다.
제약업계도 활발하다. JW중외제약은 AI 기반 신약 연구개발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가동해 기존 빅데이터 기반 약물 탐색 시스템을 AI로 통합하고 적용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이를 통해 신약개발 시간과 비용을 기존 대비 25~50%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웅제약 역시 AI 신약팀을 신설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AI 협력 연구는 2019년 5개에서 2023년 40개로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된 성과는 매출 성장과 흑자 전환이다. 최근 규제 완화를 통해 AI 진단 기술이 임상 현장에서 적용되면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더욱 성장하고 있다. 이는 AX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계적 도입 전략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AX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매출 1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은 IT 예산이 매출의 1~2%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1단계에서는 즉시 도입 가능한 챗봇 기반 고객 서비스와 기본적인 데이터 분석 AI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 솔루션으로 24시간 고객 대응을 자동화하고, 상용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도구의 AI 기능으로 매출 예측과 고객 분석을 수행한다. 이는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어 조직 내 AI 수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2단계에서는 마케팅과 영업 지원 AI로 확장한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제안서 자동 생성, 병원별 구매 패턴 분석은 영업 생산성을 높인다. 동시에 기초적인 품질관리 AI를 도입해 생산 데이터 모니터링과 이상 패턴 감지를 자동화한다.
3단계에서는 고도화된 제조와 연구개발 지원 AI를 도입한다. 예측 정비와 공정 최적화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문헌 분석 자동화와 임상시험 최적화로 연구개발 효율성을 현저히 개선할 수 있다.
성공적인 AX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필수다. K-Digital Training을 통한 직원 교육, AI 바우처를 통한 도입 비용 지원,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면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전문성 부족 문제는 AI 컨설팅 업체와의 파트너십이나 대학·연구소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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